티스토리 뷰

사진은 온라인 캡쳐

 

아빠가 또 다른 나라에 (나를) 버릴 것이다. 집으로 가기 싫다

 

A(15)군의 말이다. 아직도 어리다면 어린 아이가 무슨 연유로 저런 말을 뱉었을까.

 

사연은 이렇다.

 

A군에게도 엄연히 부모가 있다. 한의사 아버지 B(47)씨와 어머니 C(48).

 

그런데 이들 부부는 A군을 자식으로 여기지 않았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경증 조현병을 앓고 있던 둘째 아들 A군을 자식이 아닌 으로 취급했다. 정신장애가 있는 A군을 돌보기 싫어서 8년 동안 국내외 수차례 유기해 왔다

 

이들은 20113월 경남의 한 어린이집에 60만원을, 2012년 충북의 한 사찰에 800만원을 각각 주고 맡기는 방식으로 사실상 A군을 버렸.

 

버림 받은 A군은 일상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날이 갈수록 공격적인 성향과 불안증세를 보이는 A군을 관리하기에 어린이집과 사찰 측은 버거워 부모에게 수차례 아이를 데려가라고 요구했다.

 

A군은 어린이집과 사찰에 머문지 1년만에 각각 부모의 품으로 돌아갔다. A군 부모는 비정했다. 두번이나 아이를 버렸고 되찾아오는 상황이 반복되자, 이번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해외에 자식을 버리기로 한 것.

 

2014년 11월쯤 B씨는 인터넷을 검색해 필리핀 내 아동보호시설을 찾아냈다. 이 시설을 운영 중인 한국인 선교사를 만나 3500여만원와 함께 A군을 맡겼다. 귀국하면서, 개명한 A군 여권도 가져갔다. 다시는 연락도 취하지 못하도록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도 바꿨다.

 

한인 선교사의 거취에 따라 A군은 필리핀과 캐나나 등지에 있는 아동보호시설에 전전했다. 이 기간 동안 A군 몸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정신 장애가 당초 경증에서 중증으로 악화돼 갔다. 심지어 왼쪽 눈마저 앞을 보지 못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런대도 이들 부부는 A군 생사엔 안중도 없었다. 오히려 큰 아들과 태국, 괌 등 해외여행을 돌아다녔다.

 

선교사는 정신적 고통을 겪는 A군을 감당하기엔 벅찼다. 201811월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필리핀에 버려진 한국 아이'라는 글을 올렸다. 게시글을 본 주필리핀 한국 대사관이 A군을 찾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수사를 벌여 B씨를 입건했다.

 

이들 부부는 경찰에서 “사찰엔 아이가 불교를 좋아해서 템플스테이를, 필리핀엔 영어 교육을 받게 하려고 유학을 각각 보낸 것이라며 아이를 버린 게 아니다. 그동안 바쁘고 아파서 못 데리러 간 것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과 검찰은 이들 진술을 거짓으로 보고 있다. 수사 당국은 A군 조사를 토대로 선교사 이메일 ,항공사 압수수색 영장 집행, 후원금 송금계좌 등을 추적해 이들 범행을 밝혀냈다. 이들 부부는 “‘엄마 또는 아빠가 없어 키우기 힘들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는 이유를 대며 국내든 해외든 남의 자식 척 속이는 식으로 버렸다. 필리핀에 자식을 유기할 땐 코피노(필리핀 혼혈아)’라고 속였다.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윤경원 부장검사)는 지난 16일 아동 유기·방임 등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B씨를 구속기소하고, C씨를 불구속기소 했다.

 

다시 버려질 테니, 아빠한테 보내지 말아 달라라고 말한 A군은 현재 학대피해아동쉼터에서 정신 치료를 받고 있다.

 

 

### 슬프다. A군이 처음 버려질 때가 그려진다. 아무것도 모른채 아빠와 엄마의 손을 잡고 여행길에 올랐다고 설레는 A군의 모습. 부모가 자신을 버렸다는 끔찍한 사실을 알아챘을 때 밀려오는 그 감정. 고독함과 외로움 따위 단어로 단정지을 수 없을 것이다. 

 

A군은 자신을 버린 아빠와 엄마를 1년 만에 만났다. 아빠와 엄마는 짐승보다 못했다. 이들은 다시 A군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데려가서 버렸다. 또 다시 1년만에 부모 품으로 돌아왔는데 이번엔 해외로 데리고 가더니 A군만 남기고 홀연히 떠나버렸다. 

 

A군은 성하지 않은 몸 상태였고 어린 나이였다. 분명, 감당할 수 없는 큰 상처를 받았다.

 

처음부터 일지도 모르지만, 두번째 세번째 아빠와 엄마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설때, 자신이 버려질 상황에 놓였다는 사실을 직감한 A군 모습이 그려진다.

 

막막하고 먹먹하다. 아무튼 A군 과거는 비록 지독하게 쓸쓸했지만, 미래는 지독하게 찬란하길 바랄 뿐이다.

 

노래가 하나 떠오른다.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다시 돌아올 거라고 했잖아
잠깐이면 될 거라고 했잖아
여기 서 있으라 말했었잖아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물끄러미 선 채 해가 저물고
웅크리고 앉아 밤이 깊어도
결국 너는 나타나지 않잖아
거짓말 음 거짓말
우우 그대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는데
우우 그대 말을
철석같이 믿었었는데
우우우우우
찬 바람에 길은 얼어붙고
우우우우우
나도 새하얗게 얼어버렸네
내겐 잘못이 없다고 했잖아
나는 좋은 사람이라 했잖아
상처까지 안아준다 했잖아
거짓말 거짓말 음
다시 나는 홀로 남겨진 거고
모든 추억들은 버리는 거고
역시 나는 자격이 없는 거지
거짓말 음
우우 그대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는데
우우 그대 말을
철석같이 믿었었는데
우우우우우
찬 바람에 길은 얼어붙고
우우우우우
나도 새하얗게 얼어버렸네
철석같이 믿었었는데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